KBS, ‘공정성’ 내세우면서 사장 갈아치우더니…“윤석열 뉴스가 따로 없네” 소름돋는 변화
공정성 회복을 내세우던 박민 사장 취임 직후, KBS 뉴스의 확 달라진 변화가 포착되자 정계 안팎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민 사장 취임 직후...
2023년 11월 16일 복수 언론 매체는 KBS 뉴스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앵커만 교체된 게 아니라 보도 주제나 구성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중 한 매체는 "정권에 유리할 만한 뉴스가 대체로 전진 배치됐다. 박민 사장 취임 직후 벌어진 일"이라 전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11월 15일 KBS 뉴스9의 첫 보도는 '미국발 훈풍'을 다룬 경제 뉴스, "미국의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코스피가 급등했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박장범 신임 앵커는 "매달 대출 이자 갚느라고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좀 희망적인 뉴스가 있어서 첫 소식으로 골라봤다"라며 이 뉴스를 소개했습니다.
그 다음 뉴스로는 "전국 5곳에 주택 8만 호가 신규 건설된다"라는 정부의 택지 공급 발표가 소개됐습니다.
이후에도 뉴스에서는 북한 도발, 한미동맹의 대응,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외교 등 주로 여권 지지율 견인에 유리하거나 보수층에서 호응할 만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정부가 '개 식용' 금지 법안을 마련했다"라는 단독 보도도 나왔습니다.
해당 법안은 김건희 여사가 의지를 보였다는 이유로 여당에서 이른바 '김건희법'으로 명명한 뒤 세간에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날 보도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언급되진 않았습니다.
반면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말미로 빠졌다는 분석, 매체는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가 근무 중 주식 거래, 자녀 학교폭력 논란에 관해 사과했다는 보도나 여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간 갈등을 다룬 보도는 후반부에 편성됐다"라고 짚었습니다.
뉴스 서문을 여는 ‘대통령 소식’
앞서 2023년 11월 13일 KBS는 "뉴스9의 평일 새 앵커에 박장범 기자와 박지원 아나운서를, 주말 앵커에 김현경 기자와 박소현 아나운서를 발탁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KBS 측 관계자는 "평일 '뉴스광장'의 남자 앵커는 최문종 기자, 여자 앵커는 홍주연 아나운서가 맡게 됐으며 이 밖에 '뉴스라인W'는 이승기 기자가 단독 앵커로 선임됐고, '뉴스12'는 이윤희 기자와 이광엽 아나운서, 주말 '뉴스광장' 남자 앵커는 임지웅 아나운서가 각각 발탁됐다. '뉴스6'은 김재홍 아나운서가, '뉴스타임'은 장수연 아나운서가 새 앵커가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주요 종합뉴스의 앵커를 교체함으로써 KBS의 위상을 되찾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한 KBS는 "앞으로 '사사건건'은 송영석 기자, '일요진단'은 김대홍 기자, '남북의 창'은 양지우 기자가 각각 진행한다"라면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바뀌었다고 알렸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있었던 총 3차례의 메인 뉴스 편성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2023년 11월 13일 뉴스9이 "한국 양국이 맞춤형 억제전략을 개정했다"라는 소식을 첫 보도와 올린 것과는 달리, 같은 날 다른 지상파 메인 뉴스는 근로시간 제도개선 문제를 톱으로 다뤘습니다.
뉴스9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소식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 관련 보도까지 전진 편성하면서 야권에 불리한 뉴스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인 2023년 11월 14일에는 아예 윤석열 대통령이 뉴스의 서문을 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 손해를 막기 위해 공매도 금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라는 내용과 함께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은 민생 경제를 위한 것"이란 윤 대통령의 발언도 꼼꼼하게 담았습니다.
이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 협의체가 가동됐다",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 대표들이 70년 만에 모여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확인했다" 등의 보도가 편성됐습니다.
“땡전뉴스? 이젠 땡윤뉴스의 시대”
이전 KBS 뉴스와의 형식적인 차이점도 눈에 띄게 도드라졌습니다.
"KBS의 불공정 편파보도를 박민 사장이 사과했다"라는 리포트가 나간 직후, 박장범 앵커는 그 사례를 4분간 열거하면서 취재 기자 대신 직접 브리핑에 나섰습니다.
사흘간 취재 기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한 건 모두 3차례, 마약 수사 경찰의 만행을 기획보도로 다룬 사회부 기자 출연이 2건, 금융 관련 소식을 경제부장이 전한 게 1건이었습니다.
앞서 바로 전주에는 정치부 기자들이 이틀 연속 출연해 원내 현안을 분석했던 바, 하루는 사회부 기자가 나와서 여권에서 추진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 매체는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 이렇게 정치나 정책 이슈 관련 취재기자 출연이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정권이 부담을 가질 만한 여지가 상당히 줄게 됐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터뷰 코너도 편성되지 않고 있는 상황, 지난 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를 차례로 스튜디오에 부르면서 여권 내 갈등 상황을 노출하게 됐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언론노조 KBS지부 강성원 지부장은 2023년 11월 15일 기자회견에서 "땡윤뉴스의 시대가 도래해 버렸다"라며 비판을 가했습니다.
강성원 지부장은 "다른 어떤 납득할 설명이 없다. 정권의 낙하산 박민이 취임하기 전과 후, 하나의 변수만 작용했을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9시 땡윤뉴스가 부활했다"라면서 "박민 사장은 공정성을 회복하겠다고 했으나 국민께서는 공영방송이 어용 독재방송으로 바뀌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